과격해지는 美·北 기싸움…"무력 사용 가능" vs "상응 행동"

입력 2019-12-05 07:14   수정 2020-03-04 00:03


미국과 북한의 기싸움이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미국이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자 북한은 '신속한 상응행동'으로 맞섰다.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제시했던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협상 주도권 대결이 격화하고 있다.

박정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은 4일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행동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참모장은 "우리 무력의 최고사령관도 이 소식을 매우 불쾌하게 접했다"면서 "무력 사용은 미국에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에 협상 시한을 연말로 못 박으면서 입장 변화를 요구해왔다. 최근 들어 대미 압박용 담화를 연달아 발표했지만 지난해 북미대화가 시작된 이후 군 차원의 경고성 담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담화 발표 시간 또한 미국 동부지역 아침 시간대이자 유럽지역 낮 시간대를 택하면서 대미 메시지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이 당분간 '말폭탄'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협상 재개를 위한 돌파구가 좀처럼 마련되지 않는 상황인 까닭이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집권 후 처음으로 군 수뇌부와 백두산 등정에 나서는가 하면 이달 하순엔 노동당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강경노선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다만 북한과 미국 모두 판을 아예 엎어버리는 행동은 자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탄핵정국 대응에 정치력을 모으고 있다. 김 위원장 또한 내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성과가 절실하다. 박 참모장이 담화에 '북미 정상의 친분관계'를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무력 사용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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